요즘은 겨울이지만 크록스를 신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띕니다. 털 크록스를 비롯한 겨울에 신을 수 있는 제품이 다양하게 출시되었습니다. 2022년 크록스의 매출은 전 년 대비 두 배 상승하여 총매출이 36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3년도 매출도 전년보다 15% 정도 성장했습니다. 또 크록스는 다른 패션 브랜드에 비해 영업 이익률이 28% 상당으로 매우 높습니다. 크록스의 시작과 위기, 마케팅 전략 등을 소개합니다.
보트여행에서 착안한 크록스의 시작
마케터였던 린든 핸스는 911 테러 이후 직업을 잃었습니다.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고, 어머니까지 돌아가셨습니다. 빈털터리가 되어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고 살던 이때 친구들이 보트여행을 제안합니다. '린든 핸스', '스캇 시멘스', '조지 보데커' 세 친구는 멕시코로 향했습니다. 이때 친구 스캇이 재밌게 생긴 신발을 신고 왔습니다. 생김새는 네덜란드의 전통신발 클로그(Clog) 같은 모양이었는데 소재가 독특했습니다. 캐나다 회사인 폼 크리에이션(Foam Creations)에서 개발한 합성수지였습니다. 이 신발은 가볍고 미끄러지지도 않았습니다. 기존 보트화는 가죽으로 만들어서 젖으면 냄새가 났지만, 이 소재는 냄새가 나지도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신발이 웃기게 생겼다며 놀리던 친구들도 여행이 끝날 때는 이 신발에 반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바로 폼 크리에이션을 찾아가 라이선스 계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수륙 양용으로 신을 수 있다는 뜻으로 악어(Crocodile)에서 따온 '크록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이들은 처음에 신발을 200개만 생산하고 2002년 마이애미의 보트 쇼에 가져갑니다. 보트를 타는 사람들은 이 신발을 한눈에 알아봤고 신발은 완판되었습니다. 이 소재는 항균 작용이 있어서 세균이 번식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또 체온이 닿으면 발 모양에 맞게 변형이 되어서 매우 편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의사들이 학술지에 수술실에서 신으라고 권장하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이 소재의 가장 큰 장점은 사출 성형입니다. 즉 모양을 그대로 찍어내는 방식입니다. 원래 신발은 봉제와 접착으로 이루어지는 노동 집약적 산업입니다. 디자인에서 출하되기까지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크록스는 재료를 형틀에 채워서 냉각하는 방식이라 생산이 빠르고 노동력이 덜 들어가는 만큼 생산 비용이 저렴합니다. 그래서 다른 신발 브랜드에 비해 영업 이익률이 높습니다. 이들은 이 소재에 '크록스 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였고, 2004년에는 아예 '폼 크리에이션'을 인수함으로써 이 소재를 독점합니다.
크록스의 위기 극복
2002년 크록스가 출시되자마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J 커브 성장을 하며 2006년에는 나스닥에 상장하고 90% 개국으로 진출합니다. 동업자 세 사람은 상장 전인 2005년 전문 경영인을 세우고 경영에서 물러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경기가 좋지 않았고, 크록스도 경영 상황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때 등장한 CEO가 '론 스나이더'로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론은 크록스의 직접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조 공장을 많이 인수합니다. 그리고 이때 바이트 풋웨어, 오션 마인디드, 엑소 이탈리아 등 많은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제품을 다각화합니다. 기존의 다양한 신발에 크록스 라이트라는 소재를 접목하려고 한 것입니다. 일상에서 신을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했지만, 이때부터 크록스의 암흑기가 시작됩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더해지면서 2009년에는 주가가 바닥으로 추락했고 크록스는 파산 위기에 놓입니다. 심지어 2010년 타임지는 세계 50가지 최악의 발명품으로 꼽았습니다. 그러다 2017년 현재의 CEO '앤드류 리스'가 취임합니다. 그는 먼저 어려워진 회사를 구조조정 합니다. 사들였던 공장을 매각하고 주요 제품을 위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본 디자인 클로그(Clog)에 집중하고, 나머지 신발 라인을 없애버립니다. 클로그란 원래 수위가 낮은 네덜란드에서 많이 신던 나막신을 뜻합니다. 물이 젖지 않도록 앞이 투박하게 생긴 원조 못생긴 신발입니다. 그런데, 클로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크록스의 매출이 다시 살아납니다.
크록스의 마케팅 전략
오늘날 크록스가 이토록 인기를 끈 것은 몇 가지 행운과 주요한 마케팅 전략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최근 몇 년간 어글리 슈즈가 유행한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신발계의 유행이었죠. 아디다스에서 시작해서 휠라, 호카오네오네까지 투박하고 두꺼운 맥시멀리스트 신발을 뜻합니다. 아무래도 어글리슈즈의 유행은 나은 나만의 유니크한 인증하기 좋은 Gen Z의 ONE & ONLY 사랑과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그 결과 크록스는 매년 10대를 상대로 하는 브랜드 리서치에서 2017년 38위, 2018년 13위, 2019에는 7위로 오르면서 껑충껑충 성장했습니다. 둘째는 나만의 크록스를 꾸밀 수 있는 액세서리 지비츠의 등장입니다. 하지만 지비츠를 처음부터 크록스가 만든 건 아니었습니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쉐리 슈멜저'는 손재주가 좋아 아이들의 크록스에 예쁜 리본과 액세서리를 달아줍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신발을 신고 갔더니 인기 폭발이었습니다. 이후 크록스가 잘 될수록 하위 호환 제품인 액세서리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고 사업으로 확장시킵니다. 우연히 쉐리의 딸이 신은 크록스의 지비츠를 린든 핸슨이 보게 되었고, 결국 크록스가 지비츠를 천만 달러, 환화 116억 원에 인수합니다. 또 판매량이 늘어나면 인센티브를 더 주기로 했습니다. 지비츠는 크록스의 유행을 부추겼습니다. 세 번째 이유 바로 콜라보 전략입니다. 그전까지 크록스는 물놀이하기 편하고, 의사들이 많이 신기는 해도 핫한 브랜드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면서 크록스는 Gen Z와 제대로 놀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콜라보는 2017년 런던 패션위크에서 영국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이 런웨이에서 모델들에게 크록스를 신키는 데서 출발합니다. 크록스 위에 그린, 블루 오렌지 색깔의 천연석을 지비츠로 올렸습니다. 당시에는 런웨이에 슬리퍼를 올렸다는 혹평도 받았지만, 이렇게 패션계에서 실험적이고 철학을 담은 디자인을 하이패션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토퍼는 크록스의 개성을 통해서 반항적인 여성미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명품 브랜드 발렌시아가뿐만 아니라 식품 브랜드 KFC, 맥도널드, 농심, 오뚜기 등과 콜라보를 할 때마다 인스타에는 흥미진진한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Gen Z와 소통하는 크록스
'론 스나이더'의 크록스는 브랜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이 시기에는 직접 생산 비중을 높이고 대량 생산을 도입하면서 크록스는 흑자로 전환했고, 나스닥에 성장하면서 신발 업계 최고의 가치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측면에서는 산만해지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앤드류 리스'의 크록스는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러워진 브랜드가 보입니다. 못생김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다움을 추구하는 단순함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쉬운 말 같지만 매년 시즌마다 패션 브랜드의 신제품을 보면 거의 비슷비슷하고 유행을 쫒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록스는 나다움에 집중했습니다. 크록스는 예쁘게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개성에 관한 일관적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Come aas you are (너란 사람 그대로)"라는 캠페인을 벌입니다. Gen Z는 태어날 때부터 소셜미디어가 있었습니다. 항상 인스타에서 예뻐 보이기 위해 꾸미고, 드러내야 했습니다. 크록스는 어릴 때부터 예뻐 보이기 위해서 노력했던 10대들을 위로한 것입니다. 물론 어글리 패션의 유행도 그렇고 팬데믹으로 인한 1 Mile 패션, 그리고 팬데믹이 끝난 고프코어까지 트렌드가 크록스에 유리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록스야말로 Z세대와 가장 잘 놀고 있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Z세대와 알파세대는 어릴 때부터 크로스를 신고 성장해서 크록스의 향수를 느끼는 세대라고 합니다. 앞으로 크록스가 이들과 어떻게 소통해 나갈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