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약 25조 원의 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주식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43%, 두 번째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를 13%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이츠가 지구적인 문제를 많이 고민하는 만큼 쓰레기 산업에 투자하는 게 낯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회사 이름이 다소 생소합니다. 미국의 쓰레기 산업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창업자 후이젠가, ESG와 미래 가능성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쓰레기 산업
미국은 쓰레기 생산량이 압도적인 1위입니다. 중국의 3배, 에티오피아의 7배입니다. 미국은 쓰레기 처리에 관해서는 후진국이었습니다. 예전에 미국에서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급식을 일회용 식기에 받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식기를 함께 버렸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모든 쓰레기를 한 봉지에 담아 집 앞에 있는 덤스터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그럼 새벽에 수거차가 와서 쓰레기를 통째로 차에 쏟아붓고 싣고 갑니다. 그리고 미국의 넓고 넓은 대륙에 매립했습니다. 그동안 재활용 비용이 매립 비용보다 높아 쓰레기를 대부분 매립해 왔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폐기물 처리 산업은 1위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와 2위인 리퍼블릭 서비스가 시장을 양분해 왔습니다. 쓰레기 산업은 마진율이 높지 않아 기피업종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합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가 대혼돈에 빠졌습니다. 게다가 1989년 제정된 바젤협약은 부유한 나라가 가난한 나라로 유해물을 떠넘기는 것을 규제해 왔는데 2019년부터는 플라스틱도 포함하였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서명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8월에는 기후변화법에 서명했습니다. 공장과 기업의 산업 폐기물 그리고 대형 건물과 가정의 생활폐기물까지 지속가능한 폐기물 처리가 의무화되었습니다. 진보 정치인이 주지사를 맡은 캘리포니아주는 재활용에 더욱 적극적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재활용률은 80%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일반 쓰레기, 재활용, 유기성 폐기물을 구분하여 배출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하며 빈 병과 캔을 반납하면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Bottle Bill'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재활용률이 60%로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습니다. 문제는 60% 중 실질적으로 재활용되는 것은 30% 점입니다. 일부는 소각되어 열 에너지로 바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는 유해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소각은 진정한 의미의 재활용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재활용률은 분리배출까지 만을 의미합니다. 실질적으로 재활용을 하는데 선별과 세척 등의 수작업이 많이 들어가고, 이는 곧 비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나 뉴욕 근처에 재활용 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자동으로 선별하고 실질적으로 재활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활용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고 빌 게이츠가 미리 투자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창업자 웨인 후이젠가
1937년 웨인 후이젠가는 미국에서 태어납니다. 할아버지 함 후이젠가는 네덜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고 집안 형편은 좋지 않았습니다. 후이젠가는 대학교에 들어갔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1학년 때 자퇴했고, 최저시급 1달러를 받으며 쓰레기 청소부로 취직합니다. 후이젠가는 쓰레기 사업이 트레이닝도 필요 없고, 수요가 높고, 아주 단순하다는 점을 파악했습니다. 그는 4년간 청소부로 일하며 아낀 돈으로 쓰레기 처리 트럭 한 대를 중고로 사들입니다. 그리고 1968년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를 창업했습니다.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정오까지 쓰레기를 나르고, 일과가 끝나면 샤워를 한 후 잠들기 전까지 새로운 고객을 찾아 무조건 전화를 걸었습니다. 쓰레기 처리 지역은 점점 확장되었고 인근의 쓰레기 트럭을 하나, 둘 사들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과정을 나라에서 운영하지만, 미국은 집집마다 각자 처리하는 시스템입니다. 내가 쓰레기장으로 싣고 가서 버리면 한 달에 5달러, 수거 업체에 의뢰하면 25달러 정도 비용이 듭니다. 수거업체를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후이젠가는 집집마다 연락해 영업을 한 것입니다. 이후 그는 작은 쓰레기 수거 업체들을 하나씩 매입합니다. 4년 후인 1972년 회사가 상장할 때는 이미 133개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1980년대는 미국에서 가장 큰 폐기물 처리 회사로 성장시켰고, 포춘 500대 기업에 들어갑니다. 또 2020년에는 업계 4위 어드벤스드 디스포저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두 개의 기업을 합치면 시장 점유율이 37%에 달합니다. 웨인 후이젠가는 우리나라에는 잘 안 알려졌지만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기업가입니다. 후이젠가는 포춘 500대 기업을 무려 3개나 만듭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성공 비결을 반복했습니다. 작은 회사를 모아서 큰 회사로 만들거나 좋은 회사를 인수해서 큰 가격에 되팔았습니다. 그중 하나가 비디오 대여 업체 블록버스터입니다. 넷플릭스 역사에서도 빠지지 않는 존재인데요. 넷플릭스가 자본이 없는 스타트업 시절 블록버스터에 회사를 팔러 찾아갔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습니다. 호이젠가는 1987년 블록버스터 지점이 19개일 때 인수하고 CEO를 맡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매장을 1500개로 늘렸습니다. 강력한 리더십과 공격적인 투자로 블록버스터를 세계 최대 비디오 업체로 만들었고, 몇 년 후 미련 없이 블록버스터를 매각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후이젠가는 작은 신차 판매 대리점과 중고차 대리점을 사들여서 오토네이션을 창업합니다. 중고차와 신차를 판매하는 딜러십으로 현재도 미국 내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소매 기업입니다. 중개 수수료뿐만 아니라 금융과 서비스 매출까지 일어나고 있을 만큼 오토네이션은 큰 기업입니다. 그 밖에도 1990년대에는 스포츠팀과 스타디움 소유권을 사들입니다. 야구에서는 마이애미 최초의 MLB 구단인 마이애미 말린스를 창단했습니다. 또 아이스하키 리그에서는 플로리다 펜서스의 구단주를, 축구 리그 팀에서는 마이애미 돌핀스의 구단주였습니다. 그 밖에도 생수 사업, 사무실 공간 임대, 세탁 서비스, 가사 도우미 서비스, 리조트 등 100개의 사업을 일으켰고 뉴욕에 상장한 회사만 6개를 운영했습니다. 마이더스는 손으로 재벌이 된 후이젠가는 2018년 플로리다에서 80대로 영면하게 되었습니다.
ESG와 미래 가능성
지구적으로 기후 위기 문제가 떠오르고 바이든 행정부가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을 강조하면서 폐기물 산업도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웨이스트매니지먼트도 ESG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재생에너지 사업입니다. 쓰레기 매립지에서는 온실가스가 굉장히 많이 발생합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의 78%를 포집하여 재생천연가스 RNG로 전환합니다. RNG를 트럭의 연료로 쓰는데, 현재 웨이스트매니지먼트의 트럭 2만 대 중 55%가 RNG로 운영되고 되고 있습니다. 또 넓고 광활한 매립지에 태양광 에너지 시설을 설치합니다. RNG와 태양에너지로 인근 46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16개의 천연가스 시설 보유하고 있는데, 2026년까지 6배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미국은 2015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RFS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모든 화석 연료 공급자들은 일정 비율의 바이오 연료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바이오 연료 공급량은 마치 탄소 배출권처럼 시장에서 크레딧으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시장에 공급한 바이오 연료의 양은 또 다른 수익원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한편, 재활용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웨이스트 매지니먼트의 매출을 보면 여전히 폐기물 현재 재활용 매출은 여전히 폐기물 수집과 운송, 매립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나오고 있지만 재활용도 8%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재활용 매출은 산업이나 건축 폐기물에서 나오는 철강, 고리, 알루미늄 등의 원자재로 이를 재판매하는 매출입니다. 재활용 기술의 키포인트는 선별 자동화입니다. 선별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 인건비를 절감하고 재활용 오염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96개 중 49개 시설에 자동화를 진행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재활용률이 높아지면 탄소 배출량도 크게 감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재활용이 잘되는 혼합종이, 포장박스의 경우 탄소 배출을 크게 감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생활 폐기물 중에서도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술 기업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나 물리적 재활용이 아니라 플라스틱을 열분해 하여 원유 상태로 복구해서 다시 사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폐기물 재활용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커지는 만큼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진정한 의미의 폐기물 기술에서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