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 서비스 관련 광고에서 자주 눈에 띄는 기업이 있습니다. 호텔, 항공편, 액티비티 등 여행 전반을 아우르는 야놀자는 한국을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창업주 이수진 대표가 야놀자를 유니콘 기업으로 만들어내고, 세계로 향하는 여행 1등 기업으로 성장시키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모텔 투어 카페 인수
1979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이수진 대표는 4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재가하면서 할머니와 함께 자랐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친척 집을 전전하며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에 병역특례로 모은 4천만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를 했습니다. 이후 급여가 높은 일을 찾다가 숙식을 제공해 주는 모텔 청소일을 시작합니다. 주차, 프런트 계산대, 객실 관리, 룸서비스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 총괄 매니저가 됩니다. 모텔의 어원은 운전자들을 위한 호텔입니다. 원래는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중간에 있는 숙소를 뜻하는 단어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의 여관을 모텔로 부르며 다르게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을 많이 만들기 위해 세제 혜택 제공했고, 이로 인해 모텔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이수진 대표는 모텔 직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카페 '모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모텔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을 자세히 공유했고, 순식간에 회원 수가 1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모텔 일을 하면서도 여전히 부자가 되기를 열망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 카페를 기반으로 모텔과 납품업체를 연결해 주는 사업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4년 반 동안의 모텔 생활을 끝내고 2005년 의정부의 작은 아파트에 사업자 등록을 내는데 이름은 '호텔, 모텔, 펜션'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인들이 투자한 5천만 원이 다 떨어질 때까지 사업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모텔 이용자들을 위한 인터넷 정보 카페인 '모텔 투어'를 운영하는 대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부모님의 반대로 더 이상 카페를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이수진 대표에게 카페를 인수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카페의 회원 수는 무려 20만 명에 달했습니다. 이수진 대표는 500만 원에 '모텔 투어' 카페를 인수하고, 전국의 모텔을 찾아다니며 광고하라고 영업을 했습니다. 당시는 모텔은 광고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모텔의 사장님이 요즘 예약이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를 하자 인터넷 카페에 광고를 신뢰해보라고 추천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백만 원짜리 배너 광고를 판매했고, 그후 연이어 광고 계약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유니콘 기업 야놀자의 탄생
돈이 잘 벌리나 싶던 순간 '호텔, 모텔, 펜션'이라는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경쟁업체가 이 이름을 상표로 등록해 버린 것입니다. 사업에 서툰 이수진 대표는 상표 등록 개념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바꾼 이름이 2007년 선보인 '야놀자'였습니다. 이때부터는 인터넷 카페 대신 '야놀자닷컴' 홈페이지를 열고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어떤 모텔에 PC가 있는지, 청결한지, 가격은 얼마인지, 이용자들의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사업 성장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이 대표는 마지막 투자를 염두해 두고 숙박 당일 예약 시스템을 도입했고, 이듬해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때부터 숙박업계가 디지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고객들이 숙박시설에 방문해서 빈 방이 있는지 물었지만, 숙박업체가 야놀자 같은 숙박업체에게 방을 맡기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격이 바뀌면서 빈방을 매치해 줬습니다. 인벤토리는 온라인 에이전시가 예약이 가능한 객실을 몇 개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뜻하는데, 야놀자는 국내 인벤토리의 70%를 보유한 절대강자가 됩니다. 그 결과 2019년 야놀자는 1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이 되었습니다.
고 글로벌 트래블 인수
야놀자의 실제 매출 50%는 야놀자 사이트의 예약 수수료와 광고 수수료에서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국내에서 성장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야놀자는 빈방 가격을 적시에 조정해 다양한 채널에 판매함으로써 여행 과정 전반인 숙박업계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구축하기로 합니다. 야놀자는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인수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2016년 '호텔 나우' 인수를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인수한 테크기업이 18개사입니다. 호텔 자동화 솔루션 기업을 다수 인수했으며, 2021년에는 경쟁사였던 인터파크를 인수했습니다. 또한 2023년에는 세계 1위 여행 솔루션 기업인 '고 글로벌 트래블(Go Global Travel)'을 인수했습니다. 이를 통해 야놀자는 개발 역량과 해외 인벤토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17,000개 채널을 통해 전 세계 130만 개의 객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1년 야놀자는 손정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17억 달러, 한화로 2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를 통해 야놀자는 약 10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놀자는 현재까지 적자 없이 영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투자 받은 금액으로는 국내 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야놀자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미국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 스타트업으로도 평가받는 야놀자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100억 달러 규모의 데카콘 기업이 될 수 있어 모두의 기대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