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은 2022년 국제로봇학술대회에서 가정용 로봇의 일부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로봇 손이 인형이나 접시 같은 물체를 섬세하게 집어 올리고, 3D로 소파를 인식해서 소파 밑이나 뒤 같은 틈을 청소합니다. 다이슨은 로봇이 어떻게 사물을 인식해야 할지 어떻게 팔을 쓸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먼지봉투 없는 싸이클론 청소기뿐만 아니라 헤어드라이어, 날개 없는 청소기까지 혁신적인 제품으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다이슨의 창업과 제품의 혁신 비결 등을 소개합니다.
제임스 다이슨의 창업
제임스 다이슨은 1947년 영국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작은 마을을 벗어나 런던에 있는 영국의 왕립 예술대학 Royal College of Art를 졸업합니다. 세계 1위의 미술 디자인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고속상륙선인 Sea Truck이라는 군용 트럭을 만드는 회사 회사에서 일합니다. 여기서 제품의 엔지니어링과 세일즈에 관해 배우며 4년간 우수하게 근무한 그는 회사를 나와서 창업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의 창업 아이템은 정원용 수레였습니다. 당시 바퀴로 움직이는 정원용 수레는 흙이 울퉁불퉁하거나 단차가 있는 곳에서는 쉽게 넘어졌습니다. 제임스는 수레의 바퀴를 공으로 바꾸어 이동을 편리하게 했습니다. 제임스의 아이디어로 모인 동업자들은 '커크 다이슨'이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제품은 대박이 났습니다. 그런데 제임스는 회계나 유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지했습니다. 특허나 지분에 대해서 안전장치를 해놓지 않은 결과 모방 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회사는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회사 동료들은 그 책임을 제임스에게 물어 제임스를 쫓아냅니다. 이때 제임스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자신의 지분을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다이슨은 지금도 제임스 다이슨의 지분이 100%인 회사입니다. 백수가 된 제임스는 농장일과 집안일을 돌보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청소기가 흡입력이 없고, 먼지를 잘 빨아들이지 못하자 답답했습니다. 예전에 청소기는 먼지봉투가 들어있었고,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했습니다. 제임스는 집집마다 하나씩 있는 청소기를 잘 발명하면 좋은 아이템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1~2년이면 될 줄 알았던 연구는 5년까지 길어졌습니다. 제임스는 일단 먼지봉투를 없애기로 합니다. 커다란 공장에서 톱밥을 분리하기 위해 쓰는 싸이클론 기술을 청소기에 도입하기로 합니다. 바람만 빠져나가고, 먼지는 먼지통에 떨어져서 그 먼지통만 비우면 되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지만, 직접 제조와 생산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제임스는 가전회사를 찾아다녔습니다. 영국에서 시작해 유럽을 한 바퀴 돌고, 미국까지 갔지만 숱하게 거절을 당합니다. 그러다 제임스가 미국의 디자인 잡지에 다이슨 청소기 사진을 게재했는데 일본의 APEX라는 업체에서 연락이 왔고, 3주 만에 계약까지 완료하게 됩니다. APEX는 제임스에게 설계비와 선수금을 주었고, 또 매출의 10%의 로열티까지 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제임스가 그토록 원했던 조건이지만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APEX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83년 일본에서 처음 선보인 먼지봉투 없는 싸이클론 진공청소기 G-Force는 대박이 납니다. 또 제임스는 일본 회사와 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합니다. 납품 업체에서 납품을 한 부품에 지문이 묻어있는 걸 보자 일본 기술자들이 경악을 하면서 한밤중에 대책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제임스는 일본의 완벽주의를 체득하게 됩니다. 일본에서 많은 청소기가 판매되자 제임스는 여러 기업에게 특허와 기술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약 10년이 지난 1993년에는 이 라이선스를 다 거둬들이고 제임스는 '다이슨'이라는 회사를 창업합니다. 유럽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입니다. 이때 만든 싸이클로 청소기가 DCO1인데, 출시 1년 반 만에 영국에서 청소기 판매 1위를 차지합니다. 이때부터 다이슨은 기존의 제품과 어딘가 다른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였습니다. 먼지통이 훤히 다 보이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공기청정기, 헤어드라이어까지 성능이 어찌나 뛰어난지 가격이 세 배가 넘어가도 잘 팔렸습니다. 비싸도 그 값을 한다는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1983년 첫 청소기를 만든 뒤 40년째 가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위상을 높였습니다.
다이슨의 아시아 사랑
2019년에는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 포로로 이전했습니다. 200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도 받았는데 영국을 차버렸다며 영국인들은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브렉시트 직전 법인세율과 상속세율이 낮은 싱가포르로 이전했다는 분석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절반 이상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018년 매출 6조 4천억 원 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했으며 영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4% 이하였습니다. 한국인들도 다이슨 제품 사랑이 유별납니다. 2018년 한국지사 다이슨 코리아가 설립된 이래로 매출이 계속 성장해 2021년 5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한때 한국에서 무선 청소기하면 다이슨을 말할 정도로 무선 청소기의 대명사였습니다. 2016년에는 업계의 90%까지 점유했습니다. 현재는 삼성 제트, 엘지 코드 제로에 밀려 10%까지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기청정기, 에어랩 시리즈, 드라이어 등의 제품으로 여전히 가전제품 판매 상위 랭킹을 지키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다이슨이 아시아에서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아시아의 거주 문화도 한몫을 했습니다. 서양보다 비교적 집이 작고, 신발을 벗는 문화가 있어 집 안의 바닥이 깨끗합니다. 다이슨의 관계자는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청소빈도가 높고, 위생과 청소 기술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프리미엄 청소기 Gen 라인은 전 세계 국가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한국에서 비싸게 판다. AS가 잘 안 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다이슨 제품의 혁신 비결
제임스는 왕립 예술학교에서 공부하면서 단순히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이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설계하는 데 심취했습니다. 제임스 다이슨은 디자이너기도 하고, 엔지니어기도 하고, 발명가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사업가는 아니라고 말하는데 제임스의 디자인 철학은 '기능은 형태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단지 소비를 위한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적으로 꼭 필요한 디자인을 한다는 것입니다.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상의 불편함과 소비자의 니즈를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이후 무엇이 디자인이고, 무엇이 기술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통합된 제품을 설계합니다. 다이슨의 독특한 디자인은 단지 예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 기능적인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디자인 중심 사고는 디자인싱킹(Design thinking) 방법론과 최근까지 엄청 유행했던 애자일 방식과 매우 동일합니다. 해결해야 할 일상의 문제를 놓고, 풀고, 피드백을 받아서 개선하고 이 과정에 무한 반복을 통해서 불필요한 기능이나 디자인을 없애고 꼭 필요한 핵심만 남겨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이슨은 실패를 장려합니다. 무수한 실패는 곧 무수한 시도를 의미합니다. 제임스가 청소기를 만들기 위해서 5127개의 시제품을 만든 것처럼 실패를 통한 혁신을 독려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다이슨은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만들었는데 잘 판매되지 않아 사라진 제품도 많습니다. 일찍이 구글 글라스보다 먼저 글라스를 만들었고, 세탁기도 만들었는데 너무 비싸서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가장 최근 시도는 전기차입니다. 2017년 4조 원이라는 돈을 투자하여 50%는 외형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50%는 배터리 기술에 투자했습니다. 2019년 10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포기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도로주행을 할 정도로 진전이 됐지만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이윤을 남길 수 없다고 결론 냈기 때문입니다. 전기차 역시 다이슨의 수많은 시도 중 하나입니다. 다이슨은 매출의 30%를 R&D 비용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 초년생 엔지니어를 많이 선발하여 디자이너 평균 연령이 26세라고 합니다. 또 제임스 자신이 대학에 다니던 시절 선배 디자이너들에게서 듣고 배운 게 매우 큰 도움이 됐기 때문에 제임스 다이슨 재단을 세우고 젊은 디자이너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라는 국제 학생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학생들도 수상을 하고 세계리그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다이슨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아직도 제임스 다이슨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제임스는 지금 CEO가 아니라 수석 엔지니어를 맡고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자기는 발명을 더 하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다이슨이 얼마나 많이 실패를 겪으며, 어떤 혁신적인 제품으로 우리의 지갑을 열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