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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위고비 다이어트

by ahnsmile2024 2025. 2. 25.

2024년 10월 위고비가 드디어 한국에 출시됐습니다. 위고비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화두가 된 의약품입니다. 한동안 살이 올랐던 일론 머스크는 14kg을 감량했는데요. X에서 살을 빼는 비결을 묻자 간헐적 단식, 그리고 위고비라고 답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창업자,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위고비 이야기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노보 노디스크
노보 노디스크

 

창업자 크로그 부부

1920년 덴마크 의사 아우구스트 크로그는 모세혈관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같습니다. 그의 아내 마린은 남편만큼이나 유능한 의사였지만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치료법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 당뇨병을 진단받는다는 건 기대 수명이 15개월밖에 안될 정도로 극악무도한 질병이었습니다. 1922년, 이들은 새로운 기적의 약물인 인슐린을 찾아 캐나다로 여행을 떠납니다. 인슐린을 처음으로 추출해 낸 과학자인 프레더릭 벤팅이 토론토 대학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프레더릭 벤팅은 당뇨 환자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자신의 인슐린 특허권을 단돈 1달러 50센트의 토론토대에 넘긴 학자였습니다. 벤팅은 그를 찾아온 크로그 부부에게도 인슐린 기술을 쓰는 비용 대신 다른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수익을 인류의 공공선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덴마크로 돌아온 부부는 지하실에 '노디스크 인슐린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기술을 이전받은 덕에 3개월도 안돼서 10명의 환자에게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노디스크는 1978년 유전자 재조합으로 사람 인슐린을 세계 최초로 생산했고, 1985년에는 최초의 펜 형태 인슐린 주사를 출시했습니다. 그 사이 노디스크 직원 두 명이 노디스크를 퇴사한 후 인슐린 생산업체인 '노보 테라퓨틱스'를 설립합니다. 노보와 노디스크는 인슐린 생산으로 경쟁하다가 1989년 합병하여 '노보 노디스크가' 되었습니다. 현재 세계 당뇨병 치료제 업계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은 32%에 이릅니다.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의 일라이릴리, 프랑스의 사노피 3개의 제약사가 전 세계 인슐린 치료제의 90%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편 크로그 부부는 인류에 기여하겠다는 벤팅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아우구스트&마리 크로그 재단'을 설립해 의료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왔습니다. 희소병 치료, 생명과학 발전, 병원 건립에 매년 수조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과학계에서는 창업자 부부가 모두 의학계에 기여했고 딸과 사위까지 저명한 과학자였다는 점에서 크로그 가문을 덴마크의 퀴리 가문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제와 위고비

100년 전까지만 해도 당뇨는 인류에게 죽음의 병이었습니다. 우리 몸속의 췌장에서는 혈당을 조절하는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인슐린입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것을 제1형 당뇨병이라고 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은 남아 있지만 인슐린 전혀 저항성이 증가해서 발생하는 경우를 제2형 당뇨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거의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2형 당뇨병은 비만이나 식습관과 밀접한 관련을 보입니다. 유전적 성향이 강하고 가족력이 흔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비만에서 오기도 합니다. 비만이 오래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을 점점 떨어뜨려 당뇨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비만 환자는 1,500만 명, 당뇨병 환자는 500만 명이나 됩니다. 30세 이상서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여하면서 당뇨병의 치명도는 낮아졌습니다.

인슐린은 1921년 프레더릭 벤팅이 발견했지만 이를 먼저 상용화한 것 것이 2923년 일라이 릴리였고, 1년 후 상용화 한 것이 노보 노디스크입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크로그 부부 사후에도 100년간 당뇨 치료제 개발에만 몰입했습니다. 그러다 의도치 않게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 것입니다. 시작은 2형 당뇨병 치료제로 만든 세마글루타이저 성분의 주사제 '오젬픽'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젬픽 사용자들 사이에서 뜻밖의 체중이 감량되는 효과가 나타났고, 2021년에는 아예 세마글루타이드 용량을 더 늘린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인체에는 글루카곤 유사펩타이드 GLP-1이라는 호르몬이 있습니다. 혈당을 분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과학자들이 아메리카 독도마뱀의 타액을 연구하다가 GLP-1을 흉내 낸 합성 GLP-1을 개발합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런 합성 GLP-1 중 하나로 인슐린 분비를 유도해 혈당 수치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조절합니다. 그동안의 비만약에는 체중 감량이 몸무게 10%를 넘기지 못하는 장벽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0%를 넘어서면 혁신적인 비만 치료제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위고비는 이것을 달성한 겁니다. 미국에서만 약 1억 명 이상이 비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만의 경제적, 사회적 비용은 1.4조 달러에 달합니다. 게다가 비만을 치료하면 2형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유럽 시가총액 1위

위고비는 2형 당뇨병과 비만뿐만 아니라 심장마비,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을 2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알츠하이머 발병률까지 낮춘다는 연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는 위고비를 투약하면 술, 담배 욕구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든 질병에 좋다니 위고비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까닭은 위고비가 음식에 대한 갈망 즉, 중독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식욕뿐만 아니라 다른 형태의 중독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치료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엠바크 바이오텍을 인수했고 약물 개발사인 인버사고 파마를 1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재 170개국에 판매하고 있고 6만 4천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지만, 덴마크 개인 투자자 가운데 20% 이상이 노보 노디스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 총액은 한화로 570조 원이 넘습니다. 지난 9월에는 LVMH를 꺾고 유럽 시총 1위가 되기도 했습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시총은 인구가 580만 명인 덴마크의 GDP를 추월했습니다. 달러를 너무 많이 벌어들여 덴마크 크로네의 통화 가치가 높아지게 됐고, 덴마크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 기업의 성공이 국가 경제와 시장분석을 왜곡시키는 지경까지 이른 겁니다.

 

노보 노디스크 경쟁사

한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큰 경쟁사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슐린을 처음 상용화한 일라이 릴리입니다. 147년 전 설립된 미국의 제약회사로 유방암 치료제, 만성 피부 질환 치료제, 위암치료제 그리고 불면증 치료제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세계 최대 제약사는 존슨 앤 존슨이었는데, 최근 일라이 릴리가 존슨 앤 존슨의 시가총액을 역전하고 제약업계 1위를 달성했습니다. 더 강력한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개발로 주가가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마운자로는 GLP-1과 GLP에 동시에 작용하는 주사제로 혈당은 더 줄이고 포만감은 더 늘린다고 합니다. 마지막 임상에서 환자들의 체중이 평균 22.5% 줄었고 부작용도 덜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비만 제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려면 무기한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 800명의 참가자가 위고비와 함께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했더니, 4개월 동안 평균 10.6%의 체중이 감소했습니다. 사실 지금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가격입니다. 미국에서 펜 하나의 평생 사용해야 하는 주사제가 한 달에 천 달러씩 된다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고 비만은 가난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우려는 비만과 미용의 경계입니다. 비만은 분명히 사회적 문제이고 늘어가는 당뇨병 문제에 위고비를 비롯한 당뇨병 제재가 혁신을 불러온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위고비가 혹시 날씬한 몸에 대한 선망을 더 부추기지는 않을지도 우려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