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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복 룰루레몬, 커뮤니티와 팬덤 마케팅, D2C 전략

by ahnsmile2024 2025. 4. 11.

캐나다 사는 마흔두 살 칩 윌슨은 1998년 요가를 처음 배우러 갔습니다. 다들 헐렁한 면 티셔츠를 입고 운동을 했는데, 티셔츠는 땀이 차면 몸에 달라붙고 땀 냄새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칩은 우리가 오늘날 요가할 때, 산에 갈 때, 심지어 일상에서도 누구나 입는 레깅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바로 레깅스의 시작 룰루레몬입니다. 요가복으로 시작한 룰루레몬은 어떻게 전통의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와 겨루는 스포츠 탑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룰루레몬의 기업 이야기 정리해 보겠습니다.

 

룰루레몬
룰루레몬

 

캐나다 창업가 칩 윌슨

1955년 캐나다 캘거리 태어난 칩 윌슨. 매년 외할머니가 사는 캘리포니아 놀러 갔는데 매우 화려한 패턴의 서핑 쇼츠가 유행하는 걸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한 칩은 화려한 꽃무늬 쇼츠를 개발해 캘거리 시내의 가판대에서 팔기 시작했습니다. 3년간 부업으로 회사 일과 병행하던 칩은 1982년 회사를 그만두고 'West Beach'라는 매장을 내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자체 개발한 서핑용 쇼츠를 파는 동시에 게스나 퀵실버 같은 브랜드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는 편집샵이었습니다. 여름에 물놀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쇼츠를 사기 시작했고, 어느 날인가부터 남자아이들이 매장에 드나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폭이 넉넉한 서핑 쇼츠를 사다가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입기 시작했습니다. 스케이드 보드가 유행하자 칩은 10대들을 위해 뒷마당에 스케이트보드장을 설치하고.. 매장도 아이들의 취향에 맞게 바꿨습니다. 또 몇 년 뒤에는 스노보드 의류를 판매했습니다. 봄, 여름에는 서핑과 스케이드 보드 제품을, 겨울에는 스노보드 제품을 판매한 것입니다. 사업을 잘 되었지만 칩은 첫 사업이었기에 많은 실수가 있었습니다. 상표권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고 동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 도매로 물건을 먼저 보내주고 대금을 지급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항상 부채에 시달렸습니다.  1997년 회사를 설립한 지 15년 만에 칩은 웨스트비치를 매각합니다. 재정적으로 견실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브랜드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룰루레몬의 커뮤니티와 팬덤

42세에 웨스트비치를 매각한 칩은 그동안 일 중독으로 살던 삶을 돌아보면서 운동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바로 요가입니다. 그는 요가를 하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운동은 남성의 영역이라고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나이키, 아디다스 어디에서도 여성을 위한 운동복을 만드는 곳은 없었습니다. 칩은 여성 운동복 시장이 커질 거라고 확신했고, 요가복을 개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요가복은 속이 비치지 않고 원단의 신축성이 필요했습니다. 또 땀을 잘 흡수하면서도 바느질과 솔기로 인해 살이 쓸리지 않아야 했습니다. 그는 서핑복을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6개월 이상 원단 계발에 투자했고, 1998년 마침내 룰루레몬 애슬레티카를 창업합니다. 칩은 '랜드마트 포럼'이라는 자기 계발 포럼에 참석하는데 여기서 삶의 비전과 깊은 철학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새로운 사업에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교회나 커뮤니티처럼 운영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자신들의 고객을 '슈퍼걸'로 정의합니다. 24세 이상, 35세 이하, 또는 아이가 없으며 교육 수준이 높고, 미디어에 능통하고, 건강과 운동에 관심이 많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정했습니다. 칩은 운동을 좋아하는 세련된 소비자라면 품질은 좋고, 로고는 작게 디자인된 상품을 찾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룰루레몬 로고를 처음에 1인치로 만들었고, 이후에는 0.5인치로 줄여서 등판해 붙였습니다. 작지만 로고는 햇빛에 반사되게 디자인했습니다. 가격은 다른 운동복보다 세 배 이상 비쌌지만 머지않아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첫 번째 매장은 밴쿠버 해변의 한 골목 2층이었습니다. 칩은 요가와 운동을 사랑하는 전문가들을 엠베서더로 만들고 매장에서 요가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룰루레몬 매장의 옷걸이는 모두 이동 가능하게 만들어졌고, 항상 수업이 열렸습니다. 이런 커뮤니티 전략은 오늘날의 룰루레몬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략입니다. 룰루레몬의 한국 홈페이지도 운동 전문가들을 엠베서더로 등록하고 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이벤트를 많이 진행합니다. 또 고객들을 응대할 직원들도 당연히 슈퍼걸이었습니다. 대졸 이상의 똑똑하고, 적극적이고, 자기를 사랑하는 여성들을 선발하여 자기 계발을 교육하고 에듀케이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들은 고객들과 운동 파트너가 되어 같이 운동도 하고 고민도 상담했습니다. 초반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연봉은 낮추는 대신 룰루레몬의 지분을 1%씩 주기로 제안했는데 이를 수락한 5명은 훗날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칩은 직원들에게도 모두 랜드마크 포럼을 듣게 했습니다. 자기의 비전과 조직의 비전을 일치시키는 문화적인 작업에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매출이 성장함에도 매장을 늘리는 속도는 신중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서 룰루레몬에는 강력한 팬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룰루레몬의 D2C전략

나이키는 2019년 요가복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룰루레몬이 20년에 걸쳐서 조금씩 카테고리를 선점한 뒤 뒤였습니다. 룰루레몬은 여성들의 체형, 사이즈, 색상별 제품을 골고루 구비하고 있었습니다. 또 룰루레몬은 더 강력한 한방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직영 판매를 뜻하는 D2C입니다. 칩은 이것을 Vertical Retail이라고 부르는데, 그가 첫 번째 사업에서 현금 흐름에 허덕였던 경험 때문에 착안한 것입니다. 도매를 하다 보니 항상 수금이 몇 개월 뒤에나 이루어졌고 회사는 항상 자금이 부족해 경영난에 시달렸습니다. 또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 입점해서 판매하면 유통수수료가 40~50% 달하기도 했습니다. 룰루레몬은 과감하게 도매를 포기했고, 시장의 흐름도 바뀌었습니다. SNS를 통해 브랜드가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었고, 온라인 판매도 가능해졌습니다. 나이키는 그전까지는 85%까지 중간 유통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백화점이나 편집샵 등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룰루레몬은 직영 오프라인 매장만 고집했습니다. 매장에서 고객 경험을 높이면서도 마진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습니다.  D2C 비율을 90% 이상 유지해 온 룰루레몬은 매출 총이익률이 56%, 영업이익률은 21.5%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보다 높습니다. 2009년 온라인커머스를 오픈했고, 현재 매출의 40%가 온라인 자사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룰루레모는 스스로를 디자이너, 리테일러라고 말합니다. 룰루레모는 자체 생산 공장이 없기 때문에 원단 공급 회사 57개, 제품 생산 회사 30여 개와 협력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칩 윌슨이 떠난 룰루레몬

칩은 첫 번째 사업 때와는 달리 가족을 매우 중시하기 시작합니다. 칩은 룰루레몬 초기 디자이너 셰넌과 재혼했고 그 사이에서 아기도 태어났는데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2005년 칩은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이라는 사모펀드의 48%의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그들은 CEO 자리에 전문 경영인을 앉히고 2007년에는 미국 기업을 바꾸고 주식시장에도 상장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습니다. 2007년 CEO로 선임된 크리스틴 데이는 4년 만에 주가 300%, 매출 3배, 매장 수 2.5배를 늘렸지만, 끊임없이 칩 윌슨과의 갈등을 겪습니다. 그리고 2013년 신상품 레깅스가 운동을 할 때 심하게 미치면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 일로 크리스틴 데이는 사임합니다. 한편, 칩 윌슨은 블룸버그의 비즈니스 논평 프로그램 '스트릿 스마트'에서 인터뷰 도중 룰루레몬 레깅스는 뚱뚱한 여성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합니다. 칩은 일주일 뒤 사과했지만,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고 결국 2013년 회장직에서 사임하고 2015년에는 이사회에서도 쫓겨나게 됩니다. 한편, 이후에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Kit & Ace'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룰루레몬과 같은 큰 성장을 거두지는 못했고, 2023년 캐나다의 한 패션 회사에 인수됩니다.

 

맥도널드와 룰루레몬의 미래

2018년 새로운 CEO로 캘빈 맥도널드가 부임합니다. 매년 3회씩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할 만큼 운동을 좋아하고 사업 추진력도 강한 맥도널드는 2년 만에 매출을 2배 달성합니다. 맥도널드의 전략은 확장이었습니다. 기존 타깃이었던 슈퍼걸로 대표되는 전문직 여성을 철회하고 대중적 브랜드로 리포지셔닝 했습니다. 빅사이즈 운동복도 출시하고 남성 라인은 14%에서 21%까지 늘렸죠 또 운동화에도 진출해서 나이키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도 룰루레몬을 굉장히 의식해서 최근 룰루레몬의 신발이 나이키의 특허 4개를 침해했다고 고소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스킨케어, 골프웨어 등 제품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한편, 2019년 룰루레몬은 6천억 원을 들여 스타트업 Mirror를 인수했습니다. 카메라와 스피커를 통해 개인별 코칭을 받을 수 있는 거울입니다. 팬데믹 이후에도 홈트가 계속 인기를 끌 거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지만 팬데믹이 종식되고 사람들은 오프라인 GYM으로 복귀했습니다. 룰루레몬은 미러의 생산 중단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미러를 계기로 구독모델은 확대해 나가려는 계획입니다. 애플이나 넷플릭스처럼 콘텐츠 모델로 가겠다는 의미입니다. 매달 12.99달러의 APP 멤버십을 가입하면 41만 개가 넘는 운동 콘텐츠와 함께 룰루레몬의 구매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구독 모델은 팬덤이 있어야 가능하고, 또 팬덤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D2C 모델의 주요 파이프라인이 될 예정입니다. 칩 윌슨이 떠나고 나서 회사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그가 만든 브랜드 철학 정신이 룰루레몬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강력한 문화와 D2C 유통 전략을 갖고 있는 애플에 비교되기도 합니다. 애플도 룰루레몬도 다소 신흥 종교 같다는 점이 조직문화와 팬덤, 브랜딩에 크게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